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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느린 게 아니라, 세상이 빠른거요.” 슬로시티-담양군 삼지천마을

이정선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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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느린 게 아니라, 세상이 빠른거요.” 슬로시티-담양군 삼지천마을

 


“요즘 시골이 어디 시골이냐” 는 요즘 사람들의 얘기는 틀렸다.

요즘 시골도 시골 나름이다. 버스정류장이 하도 멀어 ‘버스 정류장 앞으로 200m 전방’이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고, 이방인 분위기가 풍길라치면 내남없이 할아버지 할머니의 질문공세가 쏟아지는 시골이 분명 있다. 담양의 삼지천마을이 꼭 그렇다.
이참에 진짜 시골 얘기 한번 해보자. ‘슬로시티’라는 꽤 거창한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그게 무어 대수냐는 듯 이곳만의 시계추로 일상을 살아가는 담양 삼지천마을에서.

광주 서방시장에서 30분을 기다려 303번 담양군버스를 타고 30분을 달려 창평면 삼지천 마을에 도착한다. 휑하다. 목적지에 다다르면 기념비나 현판을 찾는 ‘패스트시티(Fast city)’의 습성은 슬로시티로 향하는 길엔 버려두고 떠나야 한다. 관광지였던 경험(?)이 전무한, 그저 우리네 오랜 시골마을일 뿐이기 때문. 갈 곳 잃은 사람 마냥 두리번두리번. 할머니 한분이 지나신다.
 

“어디서 왔는감? 뭣땀시 왔는감?”
기자, “슬로시티로 지정된 삼지천 마을 찾아왔어요.”
할머니 “슬로…뭐?. 삼지내는 저~짝인디”
어디선가 나타난 할아버지
"아가 아가, 일루와 바라. 내가 알려줄텡게.

이 길 따라 끝까지 가면 거그가 삼지내요”

“아~ 삼지천마을이 삼지낸가봐요.”
할아버지, “삼지내, 고놈이 내를 한자 천(川)으로 써서
서울말로 삼지천인가벼?” 하고 풀이를 해준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설명대로 마을 초입에 난 길을 따라 내려서니 돌담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한쪽이 허물어져 ‘담’이라기보다 ‘길’에 가까워진 돌담도 있다. 무심히 흐른 시간만큼 엉킨 넝쿨이 담 흉내를 내기도 한다. 어느 쪽이건 햇살 기운을 오래도록 머금을 줄 아는 정 많은 돌담이다. 담의 길이는 한줄로 세우면 3,600m에 이를 정도로 길다. 돌담길은 커다란 타원을 그리고 그 안에 무수히 많은 ‘S'자 길을 낸 모양새을 하고 있다.
         
창평면 자료에 따르면 이 마을이 형성된 건 ‘16세기 초’라고. 현재는 500명가량이 삼지천마을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삼지천마을의 돌담길은 지난 2006년 문화재청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돌담길이 삼지천 마을의 첫 번째 열쇳말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강물의 물길마냥 굽실굽실 굽은 돌담길로 태권도복을 입은 한 무리 아이들이 지난다. 자전거 타고 달리긴 굽은 돌담길이 제격이다. 일직선 도로가 아니어서 좌우로 달릴 맛이 나고, 쌩쌩 차 달려들 일 없으니 맘껏 달릴 수 있어 좋다. 집집마다 자전거를 한대씩 주차시켜 놓은 것도 이런 이유일까.


                    너풀대는 천자락 마냥 둘러친 돌담길에 한옥이 보일 듯 말 듯

       


굽실굽실한 ‘S'자 곡선 길을 따라 걸으면 둘러친 돌담 위로 한옥지붕들이 감질나게 보일 듯 말 듯 드러난다. 삼지천 마을을 설명하는 두 번째 열쇳말인 ‘전통가옥’이 마을 곳곳에 산재해 있어서다. 장흥 고씨 집성촌인 삼지천 마을엔 전통가옥이 13채가 남아있다. 이 가운데 고재선 가옥(전라남도 민속자료 5호)은 지방민속자료로 지정된 가옥. 현재는 거주하는 사람이 없어 정돈되진 않았지만, 전통가옥 구조를 살피고 정취를 느끼기에는 손색없다.

삼지천마을의 굽은 돌담길을 걷다보면 꼭 한 지점에서 만나게 된다.
앞으로는 논이 펼쳐져 있고 푸근한 오후햇살이 45도 각을 이뤄 마을을 비추는 곳. 최씨 할아버지네 집 앞이다. 평화롭다.
할아버지들의 시선 역시 마을을 빠른 발걸음으로 뱅글뱅글 도는 기자에게 향했다. 삼지천마을의 세 번째 열쇳말인 창평 쌀엿을 찾던 차였다. 삼지천마을은 돌담길과 전통가옥만큼 슬로푸드인 쌀엿이 널리 알려진 곳이다. “할아버지, 엿만드는 거 볼 수 있어요?”  “시간이 안되서 못 봐” 바빠서 못 보여준다고 자체 해석한 기자, 다른 할아버지께 여쭤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매한가지.
그 말인즉슨 “지금은 시간이 안 되서 못 봐. 새벽에나 볼 수 있어”였다.

한 소절씩 노래를 나눠부르듯 할아버지들의 설명이 뒤이었다. “(엿을 만들려면) 조청을 만들어야잖어. 조청몰러? 조청? 그 조청을 서너 시간 끓여서 쭉쭉 늘리면 하얀 놈(엿)이 되는 것이여. 밤새 해야혀”. 오랜만에 설명한 것임에 틀림없는 엿만들기 과정이 신난 듯 잠시 천진한 미소가 번진다.        
 


삼지천마을 곳곳에선 창평쌀엿을 만들어 판매한다는 소박한 표시들을 발견할 수 있다. 격식 갖춘 간판이래 봐야 도심에서 ‘발악하듯’ 세워둔 간판 크기의 반의반도 안 되는 크기지만 말이다. 게 중에는 골판지 박스를 찢어 매직으로 슥슥 써놓은 간이 간판도 보인다. 누구의 눈에 띌는지, 돌담에 기대 세워 놓은 채다.

마을 할아버지들은 엿을 만을 때가 되면 요즘도 밤을 세워가며 주민들이 모여 엿을 만든다고 전했다.
삼지천마을이 슬로시티로 지정된 데에는 이처럼 전통 특산물을 직접 만들어 온 게 큰 작용을 했다. 슬로시티 지정요건 중 ‘전통 수공업, 조리법, 자연친화적 농법’ 등이 포함돼 있었던 것. 삼지천마을에서는 쌀엿 외에도 한과, 된장 등도 직접 만들어 오고 있다.       
 

 

"엿 만드는 거? 지금은 시간 안 되서 못 봐.
                  새벽에나 볼 수 있어"


할아버지들은 실컷 얘기하던 ‘쌀엿’ 자랑이 좀 열없었던지, 대뜸 “왜 왔냐”한다.
‘슬로시티’ 때문이라 하자 한마디 당부한다. “고만한 힘이 있을랑가 모르겠는디, 왜 다들 영어로 해놓구 그런댜. 긍께 먼말인지  모르잖여. 그냥저냥 농사짓고 풀칠하고 사는 노인헌테”.
이미 평생을 ‘안단테’로 살아온 삼지천마을 할아버지께, 할아버지 삶, 그 절반도 살지 않은 얼치기 기자가 ‘느리게 사는 삶’을 논하려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돌담과 한옥이 본래 그 자리에 있었고, 헐지 않고 그 공간에 맞도록 살아왔을 뿐이라 했다. 필요한 만큼의 공간과 시간에 살아왔다는 의미였다. 맞다. 현대사회 도시민이 너무 많은 일과 시간, 공간에 살아가는 건 아닌지 되짚게 된다.

돌아서는 기자에게 겨우내 얼었던 논두렁 태우는 연기 사이로 “몸조심 하고 또 오라”는 할아버지들의 다정한 인사가 전해졌다.


<삼지천 마을 가는 길>

삼지천 마을은 전통가옥 13가구, 20여동으로 이뤄진 마을이다. 마을의 돌담장은 6개소 500m가 보존돼 있다. 하지만 온전한 모습을 갖추지 않더라도 주민들이 생활하며 쌓아놓은 돌담들도 정감어린 모습이다.

승용차: 광주에서 지방도 826호선을 따라 곡성 쪽으로 가다보면 곡서면을 지나 창평면 삼천리에 도착한다.
(네비게이션 주소는 아래 ‘한옥에서’ 민박 주소 참고)

대중교통: 광주 시청 앞에서 303번 군내버스를 이용해, 창평면 창평파출소에서 하차하면 된다.
기차편: 광주역에서 303번 버스-창평파출소 앞 하차하면 된다.

<삼지천마을 숙박>
슬로시티인 삼지천마을에서 한옥 정취를 물씬 느끼려면 전통민박인 ‘한옥에서’를 찾아보자.
삼지천마을에서 도드라지게(?) 말쑥한 한옥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한옥이라고 혹여 제약이 있을지 모른단 우려는 거두자. 각 객실마다 에어컨, 화장실, 텔레비전 등은 보유하고 있다. 겨울철 쌀엿 만들기와 다도체험을 할 수 있다.

◇문의: 061-382-3832
  ◇주소: 전남 담양군 담양읍 창평면 삼천리 369-1번지(364번지)

<담양주변 관광지>
담양 고재선 가옥,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죽녹원, 대나무박물관, 대나무골테마공원, 소쇄원, 담양리조트 온천.

<문의>
담양군 문화레저관광팀 ☏ 061-380-3155
창평면사무소 ☏ 061-380-3792, 3798
창평삼지내 슬로시티 홈페이지

 

♧슬로시티란♧
슬로시티는 ‘속도지향의 사회’ 대신 ‘느리게 사는 삶’을 지향하는 운동이다.
현대문명을 거부하고 과거로 회귀하자는 이념이 아닌 보다 인간적인 삶을 추구하는 철학이 기본이 된다. 빠른 생활과 반대 개념으로 자연환경 속에서 고장의 먹거리와 지역 고유 문화를 느끼며 괘적한 삶을 향유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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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영자 2011-05-20 19:35:34 3점
    스팸글 우리시골집 골목이 생각나네요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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